(2009-04-18 09:35:55)

김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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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의 귀천

이글은 새전북신문 컬럼에 쓴 글입니다

직업의 귀천

  봉건 계급사회 에서나 자유경쟁 사회인 현대에서나 직업에 귀천이 없다는 말이 과연 현실적으로 쉽게 수긍이 가는 말인가?  헌데 옛말 그른 데 없다고 하는데, 왜 직업에 귀천이 없다는 말이 생겼을까?
그저 자기 직업에 당당해지라는 얘기겠거니 하고 생각해본다. 그러나 그게 어디 쉬운 일인가. 만만한 서민들은 당당해지려는 마음을 다잡기도 전에 깨지고 부딪치고 좌절해서 주저앉고 만다.
그래서 자식은 어떻게든 신분 상승을 시키려고 노력한다.  태생이 좋은 환경에서 태어나면 그만큼 성공의 고지를 먼저 올라 설 수가 있겠으나 그렇지 못한 그만그만한 사람들은 그 좁은 경쟁 속에서 이기기위해서 사투를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할머니의 입장에서 무릅에서 한 참 어리광을 떨 조그만 손자 녀석들이 학교에서 오자마자  영어 학원, 수학 학원, 태권도학원, 피아노 학원 등 정신없이 쏘다니는 것을 보면 안쓰럽기 그지없다. 대개의 부모는 처음부터 그럴 의사가 없었는데 애들이 가만히 놀고 있으면 내 자식만 뒤쳐진다는 위기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이런 교육 열풍은 계속 이어지고 대학을 졸업하고 취직을 하고 배우자를 만날 때까지 숨 가쁘게 이어진다. 대한민국의 부모가 여기서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그러나 나는 이제 조금 객관적으로 세상을 바라 볼 수 있는 나이가 되었다는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내주위에서 소위 출세한 자식을 둔 부모 보다는 그저 고만고만하게 살면서 부모 가까이서 따뜻한 마음 건네주는 자식을 둔 부모가 좋아 보이는 나이가 되었으니 말이다.

요즈음엔 동네수퍼(가게) 사진을 찍으러 다닌다. 서민들이 외상장부를 매달아 두고 두부 한 모, 콩나물 한 봉지를 사러 다녔고, 아이들이 코 묻은 동전을 들고 학교보다 먼저 달려갔던 시골 구멍가게가 하나 둘씩 사라져가고 있다. 도시에 대형마트가 생겨나고 24시간하는 편의점이 생기고 길이 잘 뚫리고 자가용이 있고 마을 인구가 줄어들면서 동네 어귀에서 반겨주던 구멍가게가 문을 닫고 있다.

  나는 오늘도 수십 년을 지켜온 동네가게들 앞에서 발을 멈추었다. 먼저 사진 찍고자하는 의도를 이야기하면 대개는 왠 시답잖은 짓거리를 하고 다니는가 하는 표정들이다. 심지어서는 세상이 하도 흉흉하니 그 의도가 의심스럽다며 사진을 못 찍게 하며 심히 눈치를 주는 사람들도 있다.
내가 오늘 간 곳 중에 한 가게 주인은 참으로 인상적이었다. 일제 강점기에 만들어졌음직한 나무 미닫이문을 열고 들어서니 시골가게는 잡화상처럼 많은 종류의 물건들이 벽을 오밀조밀 채우고 있었다. 주인아주머니는 62세라는데 꾸미지도 않았는데 50대 중반처럼 보였다. 그이의 설명에  의하면 그 동네가 6.25 때 빨찌산의 출몰로 피해가 큰 지역이었는데 가게 터가 바로 지서(파출소)자리로 지금 아이스크림냉장고가 놓인 자리가 임시 유치장이 있던 자리라는 역사적인 설명을 듣고 보니 사진의 의미도 커지고 기록의 의미가 더해졌다. 그이는 가게가 예전처럼 잘 되지는 않지만 이제 나이가 들어가니 상대해줄 자식들은 떠나가고 할 일 없이 노년을 맞을 판인데, 아직은 오는 사람 가는 사람이 들려 이렇게 이야기도 나눌 수 있으니 다행이라고 했다.
“남들은 이 좁은 공간에서 몇 십 년 새장에 갇힌 인생이라고 말하는데, 나만 더 힘들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생각하기 나름이죠. 즐거운 날도 많잖아요!”  그이의 얼굴에 풍파가 지난 평온한 날의 안도의 미소가 흘렀다.
  그이는 좁은 골방까지 물건을 잘 정리해놓고 사이사이로 손자들의 사진들을 붙여놓고 자랑을 했다. 그걸 보니 나도 덩달아 유쾌한 기분이 들었다. 돌아오면서 생각해보았다.  인생에 모범답안이라는 것이 있을까? 만약 20대 때 같았으면 이런 삶을 보고 선뜻 마음이 다가 서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 땐 야심이 있었으니까. 더 화려해 보이는 무엇을 쟁취한 사람만이 성공한 것으로 보이고 부러울 테니까 말이다. 그런데 지금 보니 인생은 무엇이 되어야 한다는 것보다 어떻게 사느냐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평범한 진리가 설득력 있게 다가왔다.
         공동체박물관계남정미소지킴이  김지연

오현주 (2009/04/22 14:02:52) 마감 끝나고 여유롭게 백미현의 노래 "나는 당신께 사랑을 원하지 않았어요"를 반복해 듣고 있어요. "떠나가네 사랑이 가네~"라는 부분이 좋네요. 김 선생님, 글 잘 읽었습니다. "시골 구멍가게"...테마를 잘 잡으셨네요. 따뜻하고 포근한 느낌을 받아요.

	복태(福太) [18]	김지연	2009/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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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진

2009/04/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