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3-08 13:34:51)

김지연

나무92_0.jpg (1.33 MB), Download : 87

만두 1인분

이 글은 새전북신문사에 1달에 한번 기고하기로하고 쓴 글입니다.

                       만두 1인분

  여자 혼자 식당에 앉아 밥을 먹는다는 것이 계면적은 일이지만 혼자서 사진을 찍으러 다니는 일이 자주 있는 나로서는 이제 거의 일상처럼 되었다.
국도에 있는 휴게실 겸 식당에서 다슬기 수제비 하나를 시켜놓고 우두커니 앉아 있기가 민망해서 디카를 끄집어내서 찍은 사진들을 액정화면으로 검색하고 있었다. 내 테이블 옆자리에는 나와 거의 동시에 들어온 할머니 할아버지 내외분이 자리를 하고 앉았다. 이곳은 위치상 걸어서 들리는 손님은 없다. 정기버스가 들리는 곳도 아니고 자가용이나 관광버스가 가끔 들리는 곳이다. 할아버지가 차를 운전하고 온듯하다.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옷차림도 깔끔한 편이다.
  한참 점심 때 인지라 다른 자리에는 단체손님들로 꽉 차있다.  노부부는 카운터에 가서 음식을 주문했다. 종업원이 왔다 갔다 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은 자리에 앉아서 주문을 했다.
“만두 일인분요?” 식당종업원이 확인 차 묻는다.
“일인분에 얼마요?” 할아버지가 물었다.
“2000원인데요. 드시고 가실꺼예요?” 종업원이 큰소리로 이야기를 하기 때문에 1인분에 15개라는 것도 알아들을 수 있었다.
식당 안에는 큰 나무난로가 있고 노부부와 나는 바로 그 난로 곁에 앉아 있었다. 열기가 얼굴을 달구고 있었다. 거의 동시에 주문한 음식이 식탁에 놓여졌다. 만두는 15개라고는 하지만 크기가 작았다. 노부부는 사이좋게 만두를 먹었다. 반찬은 노란 단무지 하나. 그런데 내 식탁은 비교적 풍성했다. 우리나라의 음식문화의 속성이 그렇듯  일인분의 식사에도 반찬 가지 수는 4인 분에 거의 맛 먹게 나온다. 그것이 후덕한 인심이기도 하지만 폐해 또한 크다. 혼자 먹으니 음식이 남게 되고 식당주인은 비싼 물가에 맞추다 보니 그 음식을 다른 손님상에 올리게 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전라로 음식의 푸짐함까지 곁들여 반찬 가지 수가 여 나무 게나 올라왔다. 혼자 먹는 식사가 그렇듯 나는 그저 한 끼를 때운다는 생각에서 후적후적 먹고 있었다. 할머니가 자꾸 내 식탁을 바라보았다. 처음에는 별 생각이 없었는데 차츰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노인들께서 두 분이 만두 1인 분으로 점심을 때우는데 바로 그 옆 자리에서 한 상(?)을 시켜놓고 먹고 있으니 말이다. 딱 한 것은 그렇다고 같이 드시자고 할 수도 없고 시켜드릴 입장도 아니었다.
   늙으면 돈이 없어서 안 쓰는 것도 있지만 아끼느라 못 쓰는 경우도 많다.  그 어려운 시절을 자식들 키우면서 어떻게 살아왔는데 이제 좀 먹고 살만하다고 허평대평 쓸 것인가.
일전에 명절이라 손자들 옷이나 한 벌씩 사주려고 며느리랑 함께 나갔는데 옷을 고르던 며느리가 다른 점포로 가자 지금까지 우리를 상대 하던 점원이 며느리 뒤를 쫓아가며 물건 사기를 권유하더니 나에게는 일별도 주지 않았다.
  대체로 노인들은 구매력이 없다는 것을 눈치 빠른 점원이 앞서 판단한 것이다. 어처구니가 없었지만 사실이 그렇다. 출세한 자식들 덕에 비싼 패밀리 레스토랑에 곁다리로 따라가는 경우는 있어도 노인 스스로가 백반집 이상의 식당을 가는 경우는 흔치않다. 얼마나 산다고 저렇게 아끼는가하고 생각했던 시절이 있었다. 그것이 단지 본인만을 위해서 저러겠는가 하는 생각이 드니 애잔한 마음이 들면서도 이제 본인을 위해서도 살아야 할 것 같은 마음이 든다.
  늙으면 말은 줄이고 주머니 끈은 풀라는 이야기가 있다. 그런데 나도 늙어보니 말은 많아지고 주머니 끈은 조이게 된다. 주머니 사정은 가볍고 기약 없는 노년의 삶에 대한 염려 때문이기도 하지만 쓸데없는 욕심이 늘어나는 까닭도 있다 할 것이다.
  늙는 다는 것은 소외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주위의 관심이 따라야 하겠으나 스스로를 중하게 여기고 마음을 비우는 연습이 더욱 중요한 것 같다.

오현주 (2009/03/08 21:21:26) 소외된 사람끼리 뭉치면... ㅎㅎ

정진옥 (2009/03/13 17:03:46) 안녕하세요~ 이렇게 멋진 홈페이지까지 있었네요. 선배님 너무나 뵙고 싶어요.그렇게 인생의 시간을 자~알 채우는 방법도 배우고 느끼려고요.! 언제 꼭 진안 찾아 갈게요.

김지연 (2009/03/13 17:36:46) 아~ 진옥씨, 방가방가... 우리의 시간들이 이리 쉬이 흘러갔네요. 보고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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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현주

2009/03/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