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06-29 14:34:01)
김지연
http://www.jungmiso.net
머리위 정미소에서 ‘하늘 같은 밥’이 쏟아진다면
머리위 정미소에서 ‘하늘 같은 밥’이 쏟아진다면
설치작가 윤동구씨 개인전 경주 아트선재미술관서
                 
설치작가 윤동구(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씨는 거대한 스케일의 작품으로 유명하다. 이번 경주 아트선재미술관 전시에는 아예   정미소를 통째로 뜯어다 거꾸로 매달아놨다.
민중이나 모더니즘이나 조류에 상관없이 독자적인 길을 걸어온 그는 1990년대 후반부터 작품에   산업재료를 본격적으로 끌어다 쓰기 시작하면서 기계 문명을 돌아보는 작업을 펼치고 있다. 최근에는 바퀴·비닐·쇠 파이프·안전망 등 예술과는 거리가   먼 듯한 재료를 가지고 울림이 강한 작품을 만들고 있다. “작품을 하나 만든다기보다 전체 공간 해석을 시도하다 보니 규모가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예술의 피는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았나 봅니다. 아버지는 고택의 문고리부터 등, 의자, 식탁까지 직접 디자인하셨지요.” 윤씨는 윤보선   전 대통령의 둘째 아들. 미국 로드아일랜드디자인 스쿨을 졸업했다.


▲ 각종 산업재료를 이용해 기계문명을 돌아보는 작품을 펼치는 윤동구씨. /아트선재미술관   제공

경주 아트선재미술관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 폐허 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2층 천장에 거꾸로 매달려 있는 것은 낡은 정미소 건물이다. 홍성에서 거의 버려진 정미소를 발견하고 옮겨왔다.
      
“묘한   향수를 느꼈습니다. 정미소는 농촌에 들어간 최초의 기계문명 아닐까요. 밥이 곧 하늘이던 시절, 벼를 쌀로 바꿔주던 성스러운 곳이었지요. 이제는   그 절대적인 가치가 무너지고 있지만요.” 정미소 기계가 덜컹거리며 돌아간다. 경주 찻길의 소음을 녹음한 음향 효과에 맞춰 전시장 조명이 서서히   어두워졌다 밝아지기를 반복하며 관객의 감정을 고양시킨다. 전시장 한쪽에는 프로펠러·추·도르레 같은 구조물이 서 있다. 문 닫은 지 오래된   박물관, 혹은 현대 문명의 잔해를 연상시키는 분위기다.

전시장을 찾은 동료 작가 안규철씨는 “과거를 고고학적으로 정리해 놓은 유적   도시 경주에서 새로운 정신적 에너지를 만들어내자는 메시지 같다”고 말했다. 윤씨는 “관객이 뭔가 느끼고 간다면 성공”이라고 답했다. 전시는 내년   2월 6일까지. (02)733-8945  






   [인천이 원조](12)정미소

김지연
2006/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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