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4-11 16:06:09)
김지연
봄날은 간다




작가노트

십여 년 전 공동체박물관 계남정미소에 한 중년 남자가 찾아왔다. 지역 사진들을 모아서 테마 별로 기획전을 이어가던 때였다. 사진 전시를 하는 것 같은데 영정사진을 찍어보면 어떠하겠냐는 뜻밖의 제안을 했다. 부모님 사진은 사진관에 가서 찍어드리면 될 것을 왜 나를 찾아왔을까 의아했다. 그이는 부모님께 선뜻 ‘사진 찍으러 가시자’는 말이 입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기왕 남 좋은 일 하고 있으니 이런 제안을 하는 것’이라는 당부를 두고 갔다. ‘남 좋은 일’이라는 말이 당시 주변에서 자주 듣는 ‘쓸데없는 일’이라는 뉘앙스도 풍겨서 씁쓸했지만 아무튼 그것을 계기로 작업계획은 시작되었다. 동네마다 다니며 어르신들에게 ‘사진을 찍어 드립니다.’하고 제안을 해 봤지만 ‘이미 다 있구만이라.’하며 고개를 내 저었다. 어떻게 설득을 해서 찍기 시작했는데 농번기 중 그나마 틈이 생기는 가장 더운 7월 말경에 구 면사무소 방에서 시작했다. 모두들 들판에서 일하느라고 얼굴이 새까맣게 타서 오셨다. 원래 찜질방용으로 지은 방에는 창문도 없고 냉방시설도 없었지만 불만을 말하시는 분은 한 분도 없이 단정한 모습으로 서로 옷매무새를 고쳐주었다. 170여 명의 어르신들 영정사진을 찍고 기왕 오신 김에 전신사진을 찍고자 해서 이렇게 고운 모습으로 사진을 찍게 되었다. 대부분 1920-30년대 분들이니 이 중에는 돌아가신 분들도 많이 계실 것이다. 전북 진안군의 마령면과 백운면 일부 지역의 어르신과 그 가족들에게 안부를 전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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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픈 앤드 전시회 현장 스케치

김지연
2016/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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