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7-09 21:22:14)
김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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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배려


<이 글은 새전북신문에 기고한 저의 잡문입니다.>

남을 위한 배려

  지난주에 모처럼 남편과 거제도 나들이에 나섰다. 통영에 들어서면 우선 쪽빛 푸른 바다가 눈앞에 살포시 펼쳐지고 산모퉁이를 돌면서 감춰지는가 하면 다시 보이는 각기 다른 빛깔의 바다가 거제도를 도는 내내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 정말 아름다운 우리강산임을 절감했다.
점심 식사를 하는 중에 식당주인이 당일 여행이라면 주말이라 붐비는 외도보다는 소매물도 구경을 하는 게 좋을듯하다고 권유를 했다. 먼 길을 돌아 저구항에 도착했을 때 유람선이 눈앞에서 출발을 해서 10m 쯤 가고 있었다. 난감해하고 있는데 직원이 떠나는 배를 향해 소리쳐 부르자 배는 예기지 못하게 뒷걸음해서 돌아왔다.  급히 표를 사고 배를 타는 일이 한 30초 정도에 이루어진 일이라 어떤 코스인지 몇 시간이 걸리는지 알아 볼 사이도 없이 황망히 이루어졌다. 배에는 100여명 정도의 승객이 타고 있었는데 무슨 일인가하고 창밖으로 모두 시선을 보내고 있었다. 우리는 머리를 조아리면서 배에 올랐다. 다행히 크게 불만을 표시하는 승객은 없었다.

  젊은 시절 영국 에딘버러에 배낭여행을 간 적이 있었다. 역 앞에서 지도 한 장을 펼쳐들고 예약해두었던 민박집을 찾아 가려고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노선버스 한 대가 멈추더니 운전기사가 어디 가냐고 물었다. 가고자 하는 곳이 유명한 호텔도 아니어서 거리 번지수를 데야겠는데 입에서 선뜻 말이 나오지 않아 머뭇거리고 있는데 버스에 올라오라고 손짓을 했다. 펼쳐든 지도에 내가 가리키는 장소를 보고는 그곳으로 가는 버스가 직접 없으니까 이 버스를 타고 가다가 다음 정거장에 내려서 갈아타고 가라고 했다. 기사는 버스비를 내지 않아도 좋다고 했다.  기사가 느긋하게 설명을 하는 사이에 승객들은 모두 여유로운 표정으로 우리의 대화를 지켜보았다.  버스에서 내리기 전에 기사가  에딘버러 첫 인상이 어떠냐고 물었다.  친절한 운전기사의 배려와 따뜻한 미소를 건내던 승객들의 인상이 유럽 어느 나라의 경치보다 멋졌슴은 말할 나위도 없다. 경치를 즐기는 일도 눈보다 마음으로 느끼는 즐거움이 더 크다.

소매물도 섬으로 들어가려고 한 우리의 의도와는 다르게  우리가 탄 배는 소매물도 주변을 도는 유람선이었고 시간도 2시간 반을 넘게 소요되어 좀 지루한 느낌이 들었다. 안내원의 계속되는 입담을 즐기거나 배 타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그 반대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것보다는 이미 출발한 배가 승객 두 명을 위해서 돌아올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비록 유람선이라고는 하지만 승객을 많이 태운 배였다. 그리고 승객 분들이 속으로야 좀 불편한 마음이 있었을지 모르나 크게 불평 없이 받아들여준 것에 감사했다.

입장을 바꾸어서 나는 누구를 위해서 시간을 할애해 준 적이 얼마나 있는가?
누구를 위해서 되돌아서 와 본 적이 있는가?  항상 바쁘다는 핑계로 기다릴 줄도 모르고 앞장서 가려고만 한다. 나이를 먹으면 더욱 그러하다. 간혹 버스표를 사려고 줄을 서서 기다리는데 나이 드신 분들이 줄을 서지 않고 아무대서나 끼어든 경우를 본다. 바쁘기야 젊은 사람들이 더 바쁠 텐데도 말이다. 화장실 문화도 그렇다. 고속버스를 타고 가다 보면 서울 터미널에서는 한 줄로 서서 기다리던 줄이 지방으로 내려오면서  화장실 문 앞에서 각각 기다리는 줄로 변한다. 그러다보면 내 줄만 느린 것 같고 속이 탄다. 엘리베이터 문화도 그렇다. 내리는 사람이 먼저 내리고 타는 사람이 나중에 타는 게 순서 일 텐데 젊은 사람이나 학생들이나 우선 먼저타고 본다. 내릴 사람 생각도 않고 아예 입구를 떡하니 막고 서 있다.  이런 풍경은 서울 보다 지방이 더 심하다. 중산층 이상이 산다는 고급아파트나 서민 아파트나 그 수준이 별 차이가 없다. 부자들이 예의를 더 잘 지킬 것이라는 기대가 아니라 더 배운 사람이 많을 것이라는 생각에서이다. 우선 나부터 조금도 손해 보지 않으려는 작은 이해타산이 얼마나 불편한 세상을 만드는지 반성해본다.

사진은 계남정미소 작은 주차장에 붙은 아주 작은 꽃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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