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10-15 22:47:06)
김지연
작가노트
<우리 동네 이장님은 출근 중> “내일은 면민의 날입니다.”   마을회관에 매달린 확성기에서 동네가 들썩하게 큰 소리로 이장님이 안내 방송을 한다. “오늘 오후에는 동네에서 돼지다리를 삶고 술을 준비했으니까 마을 분들은 회관으로 나오셔서 즐기시기 바랍니다.” 면소재지에는 애드벌룬이 높이 떠오르고 각 마을에서는 고기를 삶고 술과 떡을 준비하여 이름 하여 축제전야제를 한다. 인심 좋고 활기찬 농촌의 옛 풍경을 떠오르게 한다. 앞 들판 벼논에는 흰 두루미가 떼를 지어 날아들고 섬진강 상류의 맑은 물에는 피라미, 모래무지, 빠가사리 등이 헤엄쳐 다니고 그 위 정자나무 그늘 아래 모정에는 마을 사람들이 한담을 즐기고 있다. 평화로운 시골 풍경이다. 그런데 이것은 한가로운 나의 상상이 아니다. 오늘 우리 마을에 있었던 실제 풍경이다. 올 봄 섬진강 발원지 대미 샘 아랫동네 풍광이 좋은 곳에 멋진 집을 짓고 살고 있는 이장님을 찾아갔다. 수려한 산이 병풍처럼 둘러있고 그 아래로 굽이굽이 섬진강이 흐르고 밤나무 밑에는 벌통들이 놓여 있어 그림 같았다. “이만하면 농촌에서 성공하신거지요.” 나는 좀 부러운 마음에서 이장에게 물었다. “성공은 무슨? 이 집도 다 대출받아서 지은거지요. 이곳은 논이 없어 예전에는 살기가 퍽이나 힘들었지요. 그런데 이제 인삼재배를 하여 먹고 살만하다 싶었더니만 중국에서 값싼 인삼이 들어오면서 어렵게 됐어요.” “.....” 나는 잠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주저하다가 다시 물었다. “도시로 나가지 않은 것을 후회하시나요?” 이장은 잠시 동안 발밑을 주시하며 말이 없었다. “후회는 무슨.... 이곳이 좋아요. 이곳에서 낳고 이곳에서 자랐는데 도시에 나가서 무얼 합니까.” 그 말 속에는 젊은 시절 큰 도시로 나가고 싶었던 꿈까지 부정하기에는 많은 여운이 남아있었다. 그러나 분명히 지금은 자기 고향에 많은 애착이 남아 있을 뿐 아니라 이제는 떠날 꿈도 꾸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미 버릴 수 없는 땅과 가족과 친지와 자연이 있다. 내가 시골로 들어가기 전에는 생활 주변에 있는 회사나 관청의 직책 즉 회장, 사장, 전무. 부장, 과장 등 아니면 높으신 국회위원이나 도지사 변호사 의사 등이 관심 있게 눈에 들어왔고 또 그것이 사회를 형성하는 중요한 직책인줄 알았다. 이장이라니! 아직도 그런 직함이 있었던가 싶었다. 그런데 시골로 들어오면서 이장이 하는 일이 참으로 놀라웠다. 이장은 해체되고 있는 공동체사회의 구심점이자 촌장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군이나 면 행정기관의 하부 조직 기능을 하면서 농민으로서 행정과 민의 매개자 역할을 하고 있다. 국가에서 약간의 교통비 명목의 활동비와 젊은 이장들에게 해당되는 자녀 학자금 융자 등이 그 대가로 지불되고 있다. 전직이장인 건너 마을 조씨(50세)는 이장 직을 내 놀 수밖에 없었던 사연을 이야기 했다. “밥 먹다가도 어르신이 갑자기 아프다고 하면 읍내 병원까지 모셔다 드려야지, 자다가도 막차를 놓쳐 집에 올 수가 없다고 동네 어른한테서 연락이 오면  모시러가야지. 집안일 제치고 동네일을 앞장서 하기에는 제 사정이 급했거든요. 저도 아이들이 둘이나 대학교에 다니다보니 생업에 바빠서 도저히 이장 직을 맡아 할 수가 없어서 그만 뒀구만요. 이장이 꼭 그렇게 해야 허는 것은 아니지만 제 성격상 안 그럴 수도 없어서요... 때가 되면 다시 마을 일을 해야지요.” 각 마을 이장님들을 만나기가 대기업 간부를 만나는 것만큼이나 힘들었다. 그들은  항상  바쁘게 살고 있었다.  봄에 시작한 사진작업을 농번기에는 이장님들과 눈도 못 마주치고 있다가 첫 눈이 내리는 농한기부터 다시 시작했는데도 만나기 어려운 것은 별반 차이가 없었다. 한 달에 두 번씩 면에서 이장회의가 소집되고 그사이 시도 때도 없이 군이나 면의 부름을 받고 달려간다. 하부 행정기관의 전달 사항이 이장을 통해서 각 마을로 전달되고 행해진다. 주민들은 고령자들이 많아서 이장을 통하지 않고서는 마을 일이 잘 돌아가지 않을 지경이다. 농사철이 끝나면 마을회관에서 일 년 회계정산을 하고 내년도 예산을 정하고 온 동네 사람들이 모여 대동회를 갖고 농한기로 들어간다. 그렇다고 그대로 노는 이장은 없다. 각 지역마다 특수작물 재배, 영농교육 수강 등 겨울철에도 바쁘다. 이 들 중에는 건축공사의 목수나 기타 직업을 갖은 이도 있다. 겨울에 이미 주민들이 내년 농사에 쓸 비료, 씨앗 등의 주문을 미리 받아 놓지 않으면 안 된다. 농촌은 자연의 절기를 놓치면 한 해 농사를  망치기 때문에 느린 농촌의 리듬 속에 절묘한 선택의 시기란 것이 있다. 이장은 잡다한 모든 행사나 마을 일의 사안들을 정리하고 계획하고 진행한다. 농촌은 미국소고기 수입으로 당장 축산 농가들이 소 값 하락으로 고민하고, 머지않아 있을 쌀 수입 개방으로 한숨을 쉰다. 농촌의 고령화, 농촌 총각들의 결혼 문제, 외국에서 들어온 이주여성들과 그 자녀들의 사회 적응과 균등한 기회 , 농촌 이주자와의 관계 등 여전히 쉽게 풀리기 어려운 문제가 산적해 있다. 이것은 농촌 자체로서 풀어가기 어려운 문제인 만큼 정부와 사회가 함께 고민하고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이번에 진행한 사진작업 ‘우리 동네 이장님은 출근 중’은 농촌에 들어가 살면서 절실히 느낀 농촌의 위기 그리고 행복한 농촌 살리기를 고민해보면서 도시인에게는 낫선 나라의 호칭쯤으로 여기는 ‘이장’의 직업에 주목하고 그들의 존재를 다시 한 번 확인하고자 했다.



   개인전 "우리동네 이장님은 출근중" [14]

김지연
2008/10/15

   감사합니다 [2]

김지연
2010/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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